논문 정보
‘脾統血’의 槪念과 機轉에 관한 考察 [논문열람(PDF)↗]
- 저자
- 김종현(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한의학고전연구소)
- 학술지
-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 권호
- 제29권 제2호
- 발행 연도
- 2016
-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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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이 논문은 우리가 당연하게 외워 온 ‘脾統血’이라는 기능이 언제, 어떤 필요 속에서 만들어진 설명인지 되짚게 하여, 한의학 개념이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사유의 선택일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논문의 문제의식 〔중점 서술〕
한의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흔히 “비는 혈을 통섭한다”라는 설명을 하나의 완결된 지식처럼 받아들인다. 교과서에는 ‘脾統血’을 출혈을 막는 기능으로 간단히 정리해 두었고, 그 설명은 대개 “비가 기를 주관하기 때문에 혈이 혈관 밖으로 새지 않는다”는 식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논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이러한 설명이 너무 좁고, 또 한의학의 언어와도 어긋난 부분이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선 ‘혈관’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의학 고유의 개념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실제 고전 문헌에서 ‘脾統血’이나 ‘攝血’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출혈만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더 나아가, 『황제내경』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고전에서는 아예 ‘脾統血’이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개념이 처음부터 한의학의 기본 틀로 존재했던 것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저자가 느낀 불만족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만약 ‘脾統血’이 단지 “비가 기를 주관하기 때문”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 기능이라면, 굳이 독립된 생리 개념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실제로 문헌을 살펴보면, ‘生血’, ‘運化’, ‘升降의 조절’ 등 서로 다른 설명들이 모두 ‘統血’의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정의와 기전이 일관되지 않은 이유는, 개념 자체가 특정 시기의 문제의식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 설명 장치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논문은 ‘脾統血’을 비판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배우고 있는 설명이 유일한 설명이 아닐 수 있음을 문헌을 통해 차분히 드러내고자 한다. 학생으로 하여금 “내가 외운 이 문장은 언제, 왜 필요해졌던 설명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드는 것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논의의 전개 〔중점 서술〕
저자는 ‘脾統血’이라는 개념을 하나의 완성된 정의로 전제하지 않고, 그보다 먼저 ‘統血’·‘攝血’이라는 표현이 고전 문헌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되어 왔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한다. 이 논의 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특정 장부의 고유 기능을 먼저 설정한 뒤 문헌을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헌 속 표현이 필요해진 상황과 설명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설명의 방향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황제내경』을 비롯한 초기 문헌에는 ‘脾統血’이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攝血’이라는 말이 간·폐·신 등 여러 장부의 기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사용되며, 혈이 지나치게 움직이거나 제자리를 벗어나는 현상을 조절하는 의미로 폭넓게 쓰인다. 이 시기에는 혈의 문제를 특정 장부의 전속 기능으로 묶기보다는, 혈의 운행 상태 자체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가 설명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후 원대와 명대에 이르러, 특히 귀비탕을 둘러싼 임상적 논의 속에서 ‘脾不能統攝心血’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면서 설명의 초점이 한 번 이동한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전환점은, ‘統攝’의 의미가 혈을 물리적으로 붙잡아 새지 않게 하는 작용으로 이해되기보다는, 심이 주관하는 혈의 정상적 운행과 작용을 비가 뒤에서 보조하고 유지하는 역할로 해석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혈의 문제는 여전히 심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서 비의 역할이 부각된다.
논의는 여기서 다시 확장된다. 일부 문헌에서는 토혈·뉵혈과 같은 출혈 증상뿐 아니라, 건망, 정충, 사지 무력과 같은 증상들까지 ‘不統血’의 범주로 설명한다. 이는 ‘統血’이 더 이상 출혈 여부만으로 판단되는 개념이 아니라, 혈이 필요한 곳에 충분히 도달하고,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가의 문제로 이해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혈이 밖으로 새는 경우뿐 아니라, 안으로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統血’의 실패로 설명되는 국면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설명의 층위도 점차 분화된다. 어떤 문헌에서는 혈이 과도하게 움직여 위로 치솟거나 흩어지는 상태를 ‘妄行’으로 규정하고, 이를 ‘統血’의 실패로 설명한다. 반면 다른 문헌에서는 혈이 본래 귀속되어야 할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잃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歸源’의 실패로 표현한다. 저자는 이 두 표현이 단순한 용어 차이가 아니라, 혈의 운행을 외향적으로 분산되는 국면과 내향적으로 수렴·안정되어야 하는 국면이라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문헌적 흐름을 종합하여 저자는, ‘脾統血’이라는 설명이 혈의 운행을 하나의 고정된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려는 개념이 아니라, 혈의 생성·공급·운행·안정이라는 여러 국면을 상황에 따라 엮어 설명하기 위해 형성된 개념적 장치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비가 혈을 붙잡는다”는 단순한 기능 규정에 있지 않고, 혈의 순환을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설명 틀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에 놓이게 된다. 저자의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脾統血’을 하나의 정의로 외우는 대상이 아니라, 한의학적 설명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재위치시킨다.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견 〔중점 서술〕
이 논문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지견은, ‘脾統血’을 하나의 단일 기능으로 고정해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혈의 운행은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상태, 즉 動과 靜, 허와 실, 상과 하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논문을 따라가다 보면, 출혈은 혈이 지나치게 밖으로 치우친 경우이며, 반대로 사지와 구규가 제대로 영양되지 못하는 상태는 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경우임을 알 수 있다. 이 두 상황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두 ‘혈의 운행이 조절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같은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때 비의 역할은 “항상 혈을 붙잡고 있는 저장소”가 아니라, 혈이 생성되고, 필요한 곳으로 배분되며,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절되는 국면에서 중심적으로 작동하는 위치로 이해된다. 따라서 장부의 기능 역시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특정 생리 상태에서 선택되는 설명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 논문은, 한의학 개념을 외워야 할 정의로 받아들이는 대신, “이 개념은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을까?”라고 질문하는 시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다.
연구의 의의 〔중점 서술〕
이 연구의 의의는 새로운 생리 이론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脾統血’이라는 개념을, 형성 과정과 설명 맥락 속에서 다시 위치시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한의학 이론이 언제나 완성된 체계로 존재해 온 것이 아니라, 시대적 문제의식과 임상적 필요 속에서 정리되고 재구성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의학 입문 단계의 학생에게 이 논문은, 교과서적 설명이 곧 한의학 전체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같은 현상도 어떤 시점에는 ‘간의 문제’로, 어떤 시점에는 ‘비의 문제’로 설명될 수 있으며, 그 선택 자체가 한의학적 사유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
이 연구의 주목할 만한 특징
한의학 측면 〔중점 서술〕
이 논문의 한의학적 특징은, ‘脾統血’을 무엇이라고 새로 정의하느냐보다,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가에 있다. 저자는 혈의 운행을 하나의 고정된 순환 구조로 설명하지 않고, 외적으로 흩어지는 운행과 내적으로 안정되는 운행이라는 서로 다른 작동 층위로 나누어 사고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비를 혈의 ‘항상적 저장소’로 설정하지 않고, 혈의 순환 국면이 전환될 때 중심이 되는 위치로 설명한다. 이는 장부를 기능 목록으로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혈의 움직임 속에서 장부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묻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임상적 활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의학 이론을 이해하는 관점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개념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지점이 이 연구의 중요한 특징이다.
원전학 연구 측면 〔중점 서술〕
원전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 이 논문은, 원전학 연구가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는 한두 문장을 근거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시대의 문헌을 나란히 놓고 같은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한다.
여기서 ‘원전학적 접근’이란, 단어의 뜻을 사전처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맥에서 그 단어가 필요해졌는지를 추적하는 읽기 방식을 의미한다. 같은 ‘統血’이라는 말도 어떤 곳에서는 출혈을 설명하고, 어떤 곳에서는 허증을 설명하며, 또 어떤 곳에서는 기의 승강 조절과 연결된다. 원전학자는 이 차이를 지워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차이 자체를 설명의 자원으로 삼는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학생은, 원전이 단순히 오래된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한의학적 사고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텍스트임을 이해하게 된다.
한계 또는 쟁점
이 연구는 ‘脾統血’ 개념의 형성과 기전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실제 임상 적용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변주되는지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또한 비와 혈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를 정리하였기에, 다른 장부와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는 이후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이 연구가 열어 놓은 질문의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후대 개념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재검토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러한 작업이 한의학 이론 이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 용어 정리
統血
사전식 정의비가 혈을 통제해 혈이 혈관 밖으로 넘치지 않게 하는 기능, 주로 출혈 방지.
본 논문 맥락출혈뿐 아니라 혈 생성·공급·운행·안정이 정상 유지되는지 설명하는 틀. 필요한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도 포함.
攝血
사전식 정의혈이 망행하지 않도록 거두어 제자리에 머물게 하는 작용.
본 논문 맥락초기 문헌에서 간·폐·신 등과 연관되어 사용, 혈 운행 상태 조절 표현으로 이해.
妄行
사전식 정의혈이 제어되지 않고 위로 치솟거나 밖으로 흩어지는 비정상 운행.
본 논문 맥락외향적 분산 국면의 統血 실패를 설명.
歸源
사전식 정의혈·기가 본래 근원으로 돌아가 안정되는 상태.
본 논문 맥락내향적 수렴·안정 실패 국면을 가리켜 統血의 또 다른 층위를 설명.
運化
사전식 정의비가 음식물을 소화·전환해 기혈로 만들고 운반.
본 논문 맥락統血 기전 중 하나로 호출, 생성·배분 실패도 統血 문제로 설명.
生血
사전식 정의후천적으로 혈을 생성하는 과정.
본 논문 맥락統血 성립 전제. 생성 부족 시 출혈 없어도 統血 실패로 인식.
血熱
사전식 정의혈에 열이 쌓여 망행·출혈을 유발.
본 논문 맥락妄行을 유발하는 조건으로, 統血 실패 원인 중 하나.
瘀血
사전식 정의혈이 정체되어 순환하지 못하는 상태.
본 논문 맥락과다 움직임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순환 장애로 統血 범주에 포함.
中氣
사전식 정의비위에서 생성되는 중심 기운.
본 논문 맥락혈 운행·작용을 떠받치는 조건. 中氣 허하면 統血 실패로 이어짐.
靜兼
사전식 정의움직임 속에서도 안정이 함께 유지되는 상태.
본 논문 맥락혈이 운행하면서도 안정이 유지되는 정상 상태를 설명, 균형이 무너지면 妄行·不統血 발생.
坤靜之德
사전식 정의비가 상징하는 곤의 성질, 포용·안정 덕.
본 논문 맥락혈 순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바탕을 제공하는 비의 성질을 설명.
中央土
사전식 정의오행에서 비가 차지하는 중심 위치.
본 논문 맥락여러 장부의 혈 작용을 조율하는 중심축으로서 비를 이해하게 하는 개념.
血證
사전식 정의출혈을 포함한 혈 관련 병증.
본 논문 맥락統血 개념 형성·확장의 임상 배경. 출혈 여부를 넘어서는 설명 틀이 필요해지며 統血이 재구성됨.
의미관계망 분석 〔2단계 선택·작성 방식〕
관계쌍 1
이 관계쌍은 이 논문 전체 논의를 관통하는 개념 전환의 핵심 축을 이룬다. 저자는 먼저 ‘攝血’이라는 표현이 혈을 거두어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는 비교적 포괄적이고 상태 중심적인 설명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한다. 이후 ‘統血’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혈의 문제는 단순한 거둠의 실패가 아니라 혈의 운행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설명 틀로 정식화된다.
이때 統血의 실패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혈이 지나치게 흩어지고 위로 치솟는 경우는 ‘妄行’으로 설명되고, 반대로 혈이 본래 있어야 할 상태로 안정되지 못하는 경우는 ‘歸源’의 실패로 설명된다. 즉, 이 관계쌍은 혈의 병리를 단순히 “밖으로 새는가 아닌가”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외향적 이탈과 내향적 안정 실패라는 두 국면으로 나누어 사고하게 만드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統血’이 하나의 기능 정의가 아니라, 혈의 운행을 어떤 방향성의 문제로 파악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설명 장치임을 이해하게 된다.
관계쌍 2
이 관계쌍은 혈의 문제를 임상적 범주로 확장하는 설명 국면을 보여준다. 논문에서 혈은 단순한 물질 개념이 아니라, 병리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변하는 대상으로 다루어진다. 그중 ‘妄行’은 혈이 정상적인 통제 범위를 벗어나 외향적으로 치우친 상태를 가리키며, 이러한 상태를 촉발하는 조건으로 ‘혈열’이 함께 호출된다.
이러한 설명은 곧바로 ‘혈증’이라는 임상 범주로 연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혈증이 반드시 출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혈열로 인해 妄行이 발생하는 경우도 혈증의 한 양상으로 포함되며, 이는 혈의 병리를 운행 상태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관계쌍을 통해 학생은, 한의학에서 병증 분류가 단순히 증상의 유무가 아니라, 기혈의 움직임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향으로 치우쳤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관계쌍 3
이 관계쌍은 ‘脾統血’이 성립하는 기능적 연결 구조를 가장 잘 드러낸다. 논문에서 비는 혈을 직접 붙잡거나 통제하는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비는 中氣를 바탕으로 生血과 運化를 담당하며, 그 결과 혈이 정상적으로 생성되고 전신으로 운행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이러한 과정이 유지될 때, 혈의 운행은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그 상태를 가리켜 統血이 성립한다고 설명된다. 반대로 中氣가 허하거나 運化가 원활하지 않으면, 혈은 충분히 생성되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못해 統血의 실패로 인식된다.
이 관계쌍은 統血을 하나의 독립 기능으로 이해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혈 생성과 운행의 연쇄 속에서 나타나는 결과적 상태로 파악하도록 사고를 전환시킨다.
관계쌍 4
이 관계쌍은 기능 설명을 넘어, 비의 위치와 성질을 통해 統血 개념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층위를 형성한다. 비는 오행에서 중앙토에 해당하며, 이는 사방을 매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중심적 위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위치적 성격은 ‘靜兼’, 즉 움직임 속에서도 안정이 함께 유지되는 상태로 표현된다.
또한 坤靜之德이라는 표현을 통해, 비는 혈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장부가 아니라, 혈의 순환이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바탕을 제공하는 성질을 지닌 장부로 설명된다. 이러한 성질이 유지될 때, 혈의 운행은 안정되고 統血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 관계쌍은 統血을 단순한 생리 기능이 아니라, 비가 차지하는 위치와 성질에서 비롯되는 설명 가능성으로 이해하게 하여, 한의학 개념이 상징·위치·기능이 결합된 구조임을 드러낸다.
더 살펴볼 문제
이 논문을 따라가다 보면 ‘脾統血’이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자명하게 주어진 장부 기능이 아니라, ‘攝血’이라는 분산된 표현들이 후대에 재조직되며 형성된 설명임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개념은 무엇을 발견한 결과라기보다, 어떤 임상적·이론적 필요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다. 또한 ‘不統血’이 출혈 여부로만 판단되지 않고, 妄行과 歸源이라는 두 방향의 병리로 나뉘어 설명되는 점은 혈의 문제를 결과가 아니라 운행의 방향성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데, 이 두 국면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것이 타당한지, 혹은 서로 다른 병리를 설명 편의상 결합한 것인지도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血熱과 血證의 논의 속에서 ‘統血’의 범위가 출혈을 넘어 다양한 증상까지 확장될 때, 개념의 설명력은 강화되는 반면 경계는 흐려지지 않는지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脾統血’은 혈을 직접 붙잡는 작용이라기보다, 中氣와 運化, 生血이 원활할 때 성립하는 상태로 이해되는데, 이는 장부 기능을 개별 작용의 목록으로 이해해 온 기존 관점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든다. 더 나아가 中央土와 坤靜之德과 같은 상징적 언어가 단순한 비유를 넘어 統血 개념을 이론적으로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한의학에서 생리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철학적·우주론적 언어와 결합하는지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더 살펴볼 문제
‘脾統血’은 자명한 장부 기능이 아니라 후대에 재조직된 설명임이 드러난다. ‘不統血’이 妄行·歸源 두 방향으로 나뉘는 점, 血熱·血證 논의 속에서 개념 범위가 확장될 때 설명력과 경계의 문제, 中氣·運化·生血이 원활할 때 성립하는 상태로 보는 관점은 장부 기능 목록화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또한 中央土·坤靜之德 같은 상징 언어가 統血 개념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며, 한의학 생리 개념이 철학·우주론적 언어와 결합하는 방식을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