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정보
역대 本草書의 본초분류체계에 대한 연구 [논문열람(PDF)↗]
- 저자
- 백명훈(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한의무석사과정 대학원생), 신상원(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인문사회의학교실 조교수)
- 학술지
-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 권호
- 36권 3호
- 발행 연도
- 2023
-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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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이 글은 본초를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라는 두 축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지금 배우는 분류가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시대와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 온 설명 방식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논문의 문제의식
본초학을 공부할 때 분류는 흔히 “외우기 쉽게 정리한 틀”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분류는 단순한 정리 기술이 아니라, 약물 지식을 어떤 관점에서 ‘중심화’할지 결정하는 사고의 장치이다. 같은 약물이라도 무엇을 기준으로 묶고 나누는가에 따라, 그 약물이 중요한 이유가 달리 보이고, 설명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분류체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약물 목록’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의학 지식이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읽고 운용하려 했는지를 이해하는 길이 된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역대 본초서들을 통시적으로 놓고 보면, 본초를 조직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반복해서 나타난다. 하나는 약물의 출처·재료·자연물 범주 같은 “무엇에서 왔는가”를 중심에 두는 기원별 분류체계이다. 다른 하나는 약물의 성미, 귀경, 효능, 주치, 병증 대응 같은 “의료적으로 어떻게 쓰이는가”를 중심에 두는 의학적 분류체계이다. 우리가 현재 접하는 분류는 대개 이 둘이 혼합된 형태로 주어지는데, 학습 과정에서는 이것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완성된 기준처럼 보이기 쉽다.
저자는 그 ‘당연함’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연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보이게 하려 한다. 즉 분류가 시대마다, 본초 지식을 사용해야 하는 목적마다, 지식의 중심축을 달리 세우면서 재조직되어 왔음을 밝히려는 문제의식이다. 이 관점이 들어오면, “내가 외우는 분류는 결과로서의 지식”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 “지식이 어떤 필요 속에서 이런 형태를 택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논의의 전개
이 논문은 ‘본초를 어떻게 나누어 묶는가’라는 문제를, 단순한 편집 기술이 아니라 본초 지식을 운용하는 방식의 역사로 읽어 나간다. 먼저 저자들은 역대 본초서들을 대상으로 본초 분류 항목(대분류·하위 분류), 배열의 원리, 그리고 같은 책 안에서의 보완적 분류 방식(예: 병증별 주치 목록 등)을 추출한다. 그 다음, 관찰된 분류 양상을 크게 두 축으로 정리해 비교한다. 하나는 약물의 “어디서 왔는가, 어떤 물질인가”를 중심으로 묶는 ‘기원별 분류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무엇을 치료하는가”를 중심으로 묶는 ‘의학적 분류체계’이다. 이 두 체계를 대립시키기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지식 운영의 두 방식으로 놓고, 각 방식이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강화되거나 보완되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논의의 골격이다.
전개는 먼저 가장 오래된 형태로서 ‘삼품(三品)’ 분류를 짚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중·하로 나누는 삼품은 그 자체로 매우 강한 분류 “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물의 다양한 속성을 세분해 담아내기보다는, 약물을 ‘가치와 쓰임의 등급’으로 묶어 기억하고 전승하려는 초기적 장치로 다루어진다. 저자들은 이 지점에서 “분류는 언제나 지식을 편하게 쓰기 위한 선택”이라는 문제의식을 슬쩍 열어 둔 채, 곧바로 보다 ‘목록이 커지고 복잡해졌을 때’ 작동하는 분류로 넘어간다.
이어지는 본론의 큰 덩어리는 ‘기원별 분류체계’의 전개를 검토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저자는 단순히 “기원별 분류가 많았다”라고 말하지 않고, 기원별 분류가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를 두 갈래로 나누어 따라간다. 첫째는 분류 항목(부·류)의 구성 자체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이다. 초기에는 광물성·식물성·동물성 같은 큰 자연 범주가 중심이 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충어(蟲魚), 유명무용(有名無用) 같은 항목이 덧붙고, 기존의 ‘초목’이 초·목으로, ‘과채미곡’이 과·채·미곡으로 세분화되는 등, ‘본초 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항목이 증식하고 분화한다. 둘째는 같은 기원별 분류라도 ‘배열의 질서’를 어떻게 세우는가이다. 분류 항목을 어떤 순서로 세우느냐는 단순한 편집 문제가 아니라, 자연물의 위계를 어떻게 보고, 어떤 범주를 앞세우는지를 드러낸다. 논문은 이 점을 따라가며, 한편으로는 기원별 분류가 매우 안정적인 틀을 제공해 대규모 증보에 유리했음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안정성 속에서도 시대적 가치관과 세계관이 배열에 배어들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기원별 분류체계 검토는 특정 한 권을 ‘정답’으로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대표적인 계열과 변곡점을 따라 순차적으로 정리된다. 즉, 초기 정통본초서 전통에서 본초 수가 365종 수준에서 점차 700종대, 800종대, 1,000종대를 거쳐 1,800종대까지 증가하는 흐름을 함께 놓고, 그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분류 항목이 어떻게 추가·분할되었는지(예: 人部의 신설, 禽獸의 분할, 도경 계열에서 새 범주 편입, 강목 단계에서 부·류 체계의 정교화)를 순서대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기원별 분류체계’는 “약물 목록을 크게 늘리는 작업”과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점이 강조된다. 본초를 더 많이 담아야 할 때, 어디에서 왔는가(기원), 무엇인가(물질적 속성)라는 기준이 가장 빠르게 합의될 수 있고, 그만큼 분류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다음 논문은 시야를 ‘의학적 분류체계’로 옮기되,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새 발명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보여준다. 기원별 분류가 주된 틀로 유지되는 단계에서도, 임상적 필요는 ‘보완 분류’의 형태로 이미 표면에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제병통용약(諸病通用藥)’처럼 병증과 용약을 연결하려는 목록이 기존 체계 내부에서 보조 장치로 붙어 나오고, 이후 ‘백병주치약(百病主治藥)’ 같은 방식으로 크게 확장되며, 더 나아가 특정 본초서들에서는 이것이 보완이 아니라 중심 분류 원리로 전환될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 전환의 핵심 변곡점으로 논문이 강조하는 인물이 장원소(張元素)이며, 그가 약물 운용을 위해 제시한 여러 분류 틀(예: 升降浮沈補瀉法을 기준으로 한 약류, 그리고 변증·치법·장부·경맥과 연결되는 용약 원리)이 이후 본초서 총론부에서 전재되거나 증보되며 “의학적 분류체계의 문법”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짚는다. 다시 말해 논문은 의학적 분류를 ‘기미·작용·귀경·병증’ 같은 항목의 나열로 설명하지 않고, 임상에서 약물을 고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해졌는가(병증 이해의 심화, 약성 지식과 용약 경험의 결합), 그 필요가 어떤 분류 원리를 낳았는가(작용 중심, 기미 중심, 귀경 중심, 병증 중심, 그리고 이들을 섞은 복합 체계), 그리고 그 결과 본초서의 구성 자체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방대한 목록을 그대로 들고 가기보다 常用 약물 위주로 수를 줄이고, 치료 판단에 바로 연결되는 분류를 전면에 세움)라는 순서로 논의를 진행한다.
정리하면, (1) 삼품이라는 초기 장치 → (2) 대규모 증보를 견딘 기원별 분류체계의 확장과 정교화(항목 변화와 배열 원리의 변화) → (3) 기원별 분류 내부에서의 임상적 보완 목록의 성장 → (4) 張元素를 기점으로 한 의학적 분류체계의 본격화와 다기준·복합화 → (5) 두 체계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채 역사 속에서 서로를 보완·견인해 왔다는 관점으로 귀결되는 순서로 전개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견
이 논문이 주는 가장 큰 지견은, 본초분류체계가 지식의 ‘정답’이 아니라 지식을 ‘운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선택되는 설명 방식이라는 관점 전환이다. 특히 저자들은 이를 단순한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가 각각 어떤 목적의 지식 운영에 대응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부각되었는지를 고찰을 통해 충분히 풀어낸다. 그 결과 학생은 “지금 배우는 분류도 하나의 역사적 선택”이라는 감각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첫째 지견은, 두 분류체계가 다루는 ‘본초학의 영역’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이다. 논문은 국내 본초학 교과서식 정의를 끌어와, 본초학의 내용이 대략 두 덩어리로 나뉠 수 있음을 제시한다. 하나는 基原·採集·炮製처럼 ‘약물을 동일하게 확인하고 생산·가공하는 과정’에 가까운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歸經·性味·效能·主治·禁忌처럼 ‘약물이 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묻는 의학적 영역이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전자에, ‘의학적 분류체계’는 후자에 더 직접적으로 대응한다. 따라서 두 체계를 같은 잣대로 우열을 따지기보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서로 다른 분류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기본 결론선이다.
둘째 지견은, 기원별 분류체계가 역사적으로 강해진 이유가 ‘설명의 우수함’이라기보다 ‘증보의 과제’를 처리하는 데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논문은 정통본초서 전통에서 본초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증가 과정에서 분류 항목이 추가·세분화되면서도 큰 틀은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들어, 기원별 분류가 대규모 목록을 정리하고 확장하기에 안정적인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원별 분류는 자연물의 범주(광물·초·목·금수·충어 등)를 기준으로 하므로 비교적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합의되기 쉽고, 필요에 따라 항목을 더 잘게 쪼개거나 새 항목을 보태도 전체 정합성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 점에서 기원별 분류체계는 본초학 초기의 핵심 과업이었던 ‘약물 동정과 목록 증보’를 수행하는 데 매우 실용적인 지식 운영 방식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셋째 지견은, 그러나 그 안정성이 곧바로 ‘의학적 이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약물이 속한 범주와 물질적 속성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주지만, 약물의 성미·귀경·작용·병증 치료라는 질문에는 답이 약해진다. 본초 목록이 비대해질수록, “그 많은 약 가운데 지금 상황에 맞는 것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라는 임상적 요구가 커지는데, 기원별 분류만으로는 그 요구를 직접 만족시키기 어렵다. 논문은 바로 이 간극이 의학적 분류체계의 필요를 꾸준히 밀어 올렸다고 본다. 그래서 초기 단계에서도 ‘제병통용약’ 같은 보완 목록이 나타났고, 그것이 커지며 ‘백병주치약’ 같은 형태로 증보되었으며, 마침내 어떤 본초서들에서는 중심 분류로 전환되는 길이 열렸다.
넷째 지견은, 의학적 분류체계가 본격적으로 전면화되기 위해서는 ‘병증과 약성에 대한 이해의 심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논문은 의학적 분류체계가 기원별 분류체계보다 역사적으로 늦게 등장한 까닭을, 단순한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 축적의 조건으로 설명한다. 치료를 위해 분류하려면, 병증을 이해하는 생리·병리적 이론과 약성에 대한 경험 지식이 긴밀하게 결합해야 하는데, 그 결합은 오랜 시간의 학술적 축적을 필요로 한다. 이때 張元素의 작업이 변곡점으로 제시된다. 약물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 이론 틀이 제시되면서, 이후 본초서들이 ‘약성 이해’와 ‘치료 판단’을 분류 항목 속에 본격적으로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 지견은, 의학적 분류체계가 단지 ‘기준을 바꾼 분류’가 아니라, 임상적 판단을 다층적으로 열어 주는 분류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의학적 분류는 작용, 기미, 귀경, 병증 등 여러 기준을 활용하여 약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고, 어떤 경우에는 이 기준들이 한 책 안에서 병렬되거나 복합적으로 결합해 복합 분류체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동시에 의학적 분류체계는 ‘常用 약물 위주로 본초 수를 줄이려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방대한 목록 전체를 유지하기보다, 실제로 유통·사용되는 약물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이는 ‘지식을 더 크게 쌓는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운영하려는 선택으로 이해된다.
여섯째 지견은, 다만 의학적 분류체계 역시 ‘정답’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학적 기준은 임상의의 관점과 경험, 의학 이론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러 기준이 한꺼번에 결합할수록 항목 간 중복이나 충돌, 전체 관점의 불명료함이 발생하기 쉽다. 논문은 바로 이 점을 통해, 의학적 분류체계가 임상적 통찰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표준화와 소통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옳다”가 아니라, 두 체계가 각기 다른 지식 목적을 수행하면서 상호 보완해 왔고, 그 긴장 속에서 본초학의 역사가 전개되었다는 관점이다.
결국 학생이 얻어야 할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동일한 대상(본초)도 시대와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으로 조직될 수 있으며,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는 그 대표적인 두 갈래이다. 지금 교과서에서 배우는 분류 역시 이러한 역사적 선택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따라서 분류를 외우는 일은 ‘완성된 결과’를 암기하는 일이 아니라, “이 지식을 어떤 목적으로 쓰려 했는가”를 함께 읽는 훈련이 된다. 이 논문은 바로 그 훈련을 가능하게 만드는 재료를 제공한다.
연구의 의의
이 연구의 의의는 본초학의 분류를 ‘이미 완성된 정리표’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데 있다. 분류는 단순히 약물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기술이 아니라, 지식을 어떤 목적에 맞춰 운용하기 위한 조직 원리이며, 그 원리는 시대마다 반복적으로 다시 짜여 왔다. 이 논문은 그 변화를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라는 두 축으로 읽어 냄으로써, 본초 지식이 ‘약물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지식 조직의 기술’과 ‘의학적 판단의 논리’가 함께 얽혀 만들어진 구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학생들이 흔히 갖기 쉬운 오류, 곧 ‘한 약물은 하나의 분류에 속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교정해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분류의 변천을 살피면, 한 시대의 분류는 그 시대가 약물을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고자 했는가에 따라 정해진 특수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약물을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축으로 정렬하여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찾기 쉽게 만들고, 의학적 분류체계는 ‘어떻게 작동시키는가’라는 축으로 약물을 재배치하여 치료 판단의 흐름에 맞추려 한다. 동일한 본초가 어느 책에서는 ‘草木·獸禽·金石’ 같은 자리로 묶이고, 다른 책에서는 ‘治氣·治血·治痰’ 같은 기능적 문(門) 아래로 놓일 수 있었던 것은, 약물의 ‘본질’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지식을 운용하려는 목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재 우리가 배우는 분류를 대하는 태도에도 직접 연결된다. 지금의 분류 역시 ‘최종 정답’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에 최적화된 하나의 역사적 선택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 학습은 단순 암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 분류가 무엇을 우선시하는지(기원, 형태, 효능, 치료 흐름 등), 어떤 상황에서 유리한지, 무엇을 놓치기 쉬운지를 묻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다시 말해 분류를 ‘외울 것’이 아니라 ‘생각의 틀’로 받아들이는 학습 태도가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한 약물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하나의 분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감각을 길러 준다. 한 약물은 기원별로도, 의학적 작동 논리로도, 혹은 두 체계를 결합한 복합분류체계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한 본초를 공부할 때는 ‘어느 분류에 속하는가’를 하나로 확정하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목적과 분류체계를 통과시키며 그 약물이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를 겹쳐 보는 훈련이 필요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입문 단계에서 이 논문을 읽는 가장 큰 의미이며, 원전학적 사고—텍스트가 지식을 조직하는 방식 자체를 읽어 내는 훈련—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점이다.
이 연구의 주목할 만한 특징
한의학 측면
이 논문이 한의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분류를 ‘정답 찾기’가 아니라 ‘설명 방식의 구조’로 다룬다는 점이다.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의 대비를 통해, 본초 지식이 어떤 때에는 약물을 자연물 범주로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고, 어떤 때에는 의학적 판단의 기준(성미·귀경·효능·주치 등)으로 재조직하여 운용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의학적”이라는 말이 하나의 단일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될 때, 학생에게 생기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 의학적 분류체계 내부에서도 무엇을 핵심으로 삼을지(성미 중심, 귀경 중심, 효능·주치 중심, 병증 중심 등)는 다시 선택의 문제로 남는다. 즉 분류는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틀이 아니라, 지식을 어떤 방향으로 운용할지에 따라 계속 조정되는 장치라는 감각이 생긴다. 이 감각은 한의학 전반의 학습에서도 그대로 확장되며, 개념을 정의로 고정하기보다 ‘설명 국면’으로 읽는 태도를 준비시킨다.
원전학 연구 측면
원전학 연구의 핵심은 “낱말 뜻풀이”보다 “텍스트가 지식을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읽는 데 있다. 본초서 연구에서 편제와 분류체계는 그 조직 원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리이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점을 체감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본초서를 ‘자연물 세계를 분류해 놓은 텍스트’로 보게 하고, 의학적 분류체계는 본초서를 ‘의료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을 배열한 텍스트’로 보게 한다. 원전학적 접근이란 결국, 각 책이 어떤 기준을 주분류로 삼고 어떤 기준을 보완으로 삼는지, 그 선택이 책 전체의 설명 방식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시대가 달라질 때 그 선택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문헌의 구조 속에서 확인하는 독해 방식이다. 이 논문은 그 독해 방식을 “기원별/의학적”이라는 명확한 축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원전학 입문에 적합한 사례이다.
한계 또는 쟁점
이 연구는 역대 본초서의 분류체계를 정리하고 유형화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분류의 변화가 일어나는 구체적 배경(임상 수요의 변화, 약물 유통과 채집 환경, 지식 전승의 제도화 등)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작업은 다음 단계로 남는다. 또한 동일한 이름의 분류 기준이라도 문헌마다 범주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같은 분류명 = 같은 개념”으로 단순 환원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쟁점은 결론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학문이 이어지는 지점을 제공한다. 분류체계의 통시적 정리가 확보된 뒤에는, 그 변화를 낳은 조건을 해명하는 지식사적 연구, 그리고 현대 교육·데이터 구조에서 주분류/보완분류의 동시 작동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응용적 연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관련 용어 정리
본초분류
일반적 이해본초(약물) 지식을 어떤 기준으로 묶고, 배열하고, 찾아 쓰기 쉽게 만드는 “지식 조직 방식”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단순 목록 정리가 아니라, “어떤 목적(검색·기억·교육·임상 운용·지식 확장)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본초 지식의 구조가 달라지는 핵심 장치로 다룹니다. 그래서 분류체계 자체가 시대적 선택(역사적 산물)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연결됩니다.
기원별 분류체계
일반적 이해약물을 자연적 ‘기원’(식물·동물·광물 등)과 그 세부 범주(초·목·금석·충어 등)로 나누어 배열하는 방식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역대 정통 본초서의 “주분류방식”으로 가장 오래 지속된 큰 틀이며, 시대가 흐르며 항목이 세분화되고(약물 증가에 대응) 배열의 철학(무생물-식물-동물-사람의 배치, 草部 중심화 등)도 반영된다고 봅니다. 즉, ‘객관적 분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치관과 운영 목적이 스며든 체계입니다.
의학적 분류체계
일반적 이해약물을 임상에서 “어떻게 쓰는가”를 중심으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작용, 기미, 병증/주치, 귀경 등).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체계가 약물 목록 확장·검색에 유리한 ‘백과사전적 틀’이라면, 의학적 체계는 임상 운용(처방·변증·용약 판단)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의가마다 관점이 달라 “보편성과 호환성”이 약해지거나, 기준이 병렬·복합될수록 일관성/정합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찰에서 강조합니다.
주분류방식
일반적 이해책 전체 목차/배열의 “기본 골격”을 결정하는 1차 분류 원리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같은 책이라도 “주분류가 기원별인가, 의학적인가”에 따라 그 책이 무엇을 더 우선하는지(지식 확장·검색 vs 임상 매뉴얼화)가 드러난다고 봅니다.
보완분류방식
일반적 이해주분류를 유지하되, 별도의 장·부록·표·문(門) 형태로 다른 분류 기준을 덧붙여 ‘활용’을 돕는 방식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예컨대 주분류는 기원별로 두면서도, 병증별·장부별·백병주치약 같은 “임상적 길잡이”를 별도로 붙이는 전통을 중요한 현상으로 봅니다. “분류는 하나만 있다”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층위가 겹쳐진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복합분류체계
일반적 이해의학적 분류 기준(작용·기미·병증·귀경 등) 중 2가지 이상이 불규칙하거나 복합적으로 결합된 분류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단순한 ‘효능표’가 아니라, 병인·병기·증후·치법 같은 서로 다른 층위가 섞이며 세분화되어 사실상 “임상 용약 매뉴얼”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그만큼 체계 전체의 일관성·정합성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양면을 고찰합니다.
三品
일반적 이해상·중·하 삼품으로 약물을 나누는 고전적 분류(주로 약성·독성·보익성 등의 가치 판단과 결부)입니다.
이 논문의 맥락초기 본초 분류의 핵심 형식으로 출발하지만, 이후에는 기원별 체계가 주분류가 되면서 삼품이 “보완적 층위”로 재배치되는 흐름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神農本草經』
일반적 이해본초학의 가장 이른 “정통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고전이다. 전승상으로는 신농(神農)에 귀속되지만, 문헌 성립은 한대(대체로 후한 무렵)로 보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上品·中品·下品의 三品 체계를 통해 약물을 ‘기원(어디에서 왔는가)’보다 ‘가치/효용(어떻게 쓸 것인가)’의 관점에서 먼저 배열해 놓았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이 논문의 맥락三品 분류체계의 대표로 위치한다. 이후 본초 분류가 “기원별 분류체계”로 중심축을 옮겨 가는 과정을 설명할 때, 이 책은 그 변화가 무엇을 뒤로하고 무엇을 앞세운 것인지를 드러내는 출발점이자 대비점으로 기능한다.
『本草經集注』
일반적 이해도홍경(陶弘景, 남북조 시대 梁, 5–6세기)이 기존 본초 전통을 집주(集注) 형태로 재정리한 문헌이다. ‘기존 지식을 덧붙여 체계화하는’ 편찬 방식 자체가 이후 본초서 편찬의 모범처럼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특히 분류를 “대상의 성격(기원)”에 따라 정렬하려는 경향이 이 시기부터 강해졌다는 점에서, 분류사(分類史)에서 하나의 변곡점으로 자주 거론된다.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분류체계를 주분류방식으로 채택하고, 三品을 보완분류방식으로 결합하는 전형이 정착되는 기점으로 다룬다. 즉, ‘가치(삼품)’ 중심 배열에서 ‘대상(기원)’ 중심 배열로 축이 이동하는 지점을 이 책에서 분명히 확인하게 만든다.
『新修本草』
일반적 이해소경(蘇敬) 등 관찬 편찬진이 주도한 당대(唐代, 7세기) 국가 편찬 본초서이다(일반적으로 659년 전후 성립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가 표준을 세우고 내용을 확정해 간다는 점에서, “지식의 공인”과 “정리”의 전통을 상징한다.
이 논문의 맥락『본초경집주』 이후 형성된 큰 틀, 곧 기원별 분류체계를 주분류로 삼는 흐름을 계승·확장하는 계열로 놓인다. 이후 ‘증보’와 ‘보유(補遺)’가 누적되는 과정 속에서, 기원별 체계가 표준틀로 작동하는 양상을 설명할 때 연결 고리로 호출된다.
『證類本草』
일반적 이해당신미(唐慎微, 北宋, 11–12세기)가 편찬한 본초서로 알려져 있다. 제목의 ‘證類’가 암시하듯, 단순 나열이 아니라 근거 인용과 분류의 두께를 키우는 편찬 방향이 특징으로 거론된다. 본초 지식을 “모아두는 창고”를 넘어 “근거를 갖춘 체계”로 만들려는 시도의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분류체계 내부에서 人部의 도입/독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다룬다. 같은 기원별 체계라 하더라도 ‘사람’ 항목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세계관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지점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의 편제 변화로 설명한다.
『海藥本草』
일반적 이해이순(李珣, 오대~북송 교체기, 10세기 전후)과 관련된 海藥(해외·해상 유입 약물) 정리 전통을 대표하는 본초서로 거론된다. 즉 ‘새로 들어온 약물군’을 따로 묶어 정리해야 했던 역사적 상황이 만들어낸, 특수 범주의 본초서라는 점이 핵심 의미이다.
이 논문의 맥락새로운 영역의 본초를 편입할 때도 기원별 분류체계가 충분히 유연하게 작동하여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위치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약물’조차 결국은 “어디에서 왔는가(기원)”라는 축으로 정렬·편입된다는 점에서, 기원별 분류체계의 강한 조직력을 드러내는 표지로 쓰인다.
『救荒本草』
일반적 이해주숙(朱橚, 明代, 15세기 초)이 편찬한 “구황(救荒)” 목적형 본초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약물을 ‘학술적으로 완결’하려는 책이라기보다, 기근 상황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약으로 쓸 것인가’를 신속히 찾게 하는 실용 목적이 전면에 놓인 문헌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논문의 맥락본초서가 “정통 학술 목적”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실용적 목적에 의해 지식의 배열과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군에 포함된다. 곧 분류체계가 ‘정답’이 아니라 ‘운용 목적’의 반영이라는 주제의식을 자연스럽게 떠받치는 재료로 기능한다.
『本草品彙精要』
일반적 이해明代 弘治 연간(15–16세기 초)에 황명으로 편찬된 칙찬(勅撰) 본초서로, 유문태(劉文泰) 등이 편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가 표준을 만들어 지식을 정리한다”는 성격이 강하며, 방대한 기존 지식을 일정한 틀로 교정·정돈해 주는 ‘표준화’의 의미가 크다.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분류체계 계열 안에서, 기존 틀을 유지하되 내용을 교정·증보하며 표준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놓인다. ‘정통 틀의 지속’과 ‘후대적 정리/재편’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점을 설명할 때, 중요한 연결 고리로 호출된다.
『本草綱目』
일반적 이해이시진(李時珍, 明代, 16세기)이 편찬한 본초학의 대표적 집대성 문헌이다(간행은 1590년대). 단지 ‘약물 목록’이 아니라, 분류·서술·근거의 조직 방식 자체가 이후 본초서 편찬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분류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체계의 확장·재배열을 강하게 밀어붙인 대표로 다룬다. 무생물 항목(금석·수화토 등)의 재구성, 草部 중심 배열 원리의 강화, 人部 처리 원칙의 제시 등에서 “분류는 곧 세계관/가치관의 투영”임을 보여주는 핵심 사례가 된다. 동시에 후대 본초서들이 강목의 여러 특징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흐름을 설명할 때, 기준점(참조점)으로 기능한다.
張元素
일반적 이해장원소(張元素, 金元 시기, 12–13세기)로 대표되는 용약론의 흐름은, 약물을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인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장부·경락·치법)’의 관점으로 재조직i직하려는 경향과 연결되어 자주 언급된다. 즉 인물 자체가 하나의 분류 논리(의학적 운용 논리)의 표지처럼 호출된다.
이 논문의 맥락“의학적 분류체계”가 주분류방식으로 채택되는 초기 계열과 연결되는 인물 표지로 다룬다. 특히 인경(引經)·귀경(歸經) 체계의 정립/완성과 연동되면서, 분류가 ‘대상(기원)’에서 ‘임상 작동 원리(장부·경락·치법)’로 이동하는 전환을 설명하는 데 기여하는 지점으로 놓인다.
『本草集要』
일반적 이해왕륜(王綸, 明代)이 지은 것으로 소개되는 본초서이다. 정통 대본초의 방대한 체계를 그대로 늘리기보다, 임상적으로 ‘찾아 쓰기’ 쉽도록 지식의 재배열을 시도한 문헌으로 언급된다.
이 논문의 맥락상부는 기원별 분류, 하부는 의학적 분류를 전개하는 사례로 다뤄진다. 특히 하부에서 병증별 분류(治氣·治寒·治血·治熱·治痰·治濕·治風·治燥·治瘡·治毒·婦人·小兒 등 ‘門’ 체계)를 제시한 점이 핵심이다. 또한 草部 중심 배열을 정당화하며 이후 배열 경향에 영향을 준 변곡점으로 평가되는 흐름 속에 배치된다.
『本草備要』
일반적 이해왕앙(汪昂, 明末淸初~淸代 초, 17세기 전후) 계열의 실용형 본초서 전통을 대표하는 서명으로 널리 읽혀 왔다. ‘요점[備要]’이라는 제목 그대로, 방대한 지식을 압축해 임상적 참고서로 쓰기 쉽게 만든 성격이 강조된다.
이 논문의 맥락강목 이후 “강목의 일부 특성만 수용한 계열”을 설명할 때 함께 언급된다. 기원별 틀을 바탕으로 하되, 실제 사용에 맞춰 간결화·재정렬되는 흐름과 연결되는 사례로 놓인다.
『本草從新』
일반적 이해오의락(吳儀洛, 淸代)이 1757년에 저술한 것으로 소개된다. 기존 본초 지식을 ‘다시 정리(從新)’해 쓰기 쉽게 만들려는 목적이 제목과 편제에 그대로 드러나며, 대체로 草木金石 등 기원 축 분류를 유지하면서도 실용적 서술을 강화한 책으로 이해된다.
이 논문의 맥락기원별 분류체계 안에서, 人部 배열이나 草部 중심화 같은 후대적 배열 원리가 누적되는 흐름 속에서 함께 언급된다. 곧 ‘정통 틀의 지속’ 위에 ‘후대적 재조정’이 덧씌워지는 사례로 배치된다.
『本草求眞』
일반적 이해황궁수(黃宮繡, 淸代)가 1769년(乾隆 34)에 편찬한 것으로 소개된다. 제목의 ‘求眞’이 암시하듯, 약물 지식을 더 ‘작동 원리’와 ‘치료 기능’에 맞춰 분별·정돈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본초서로 읽힌다.
이 논문의 맥락의학적 분류체계, 특히 복합분류체계의 대표 사례로 다뤄진다. 작용 중심 대분류(예: 補劑·收澁·散劑·瀉劑·血劑·雜劑·食物 등) 아래에 기미·작용·병증을 더 세분하여, 분류체계 자체가 곧 “구체적 활용 방식에 따른 임상 매뉴얼”로 기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표지로 위치한다.
의미관계망 분석
이 관계쌍은 논문 전체의 “틀”을 세우는 지도 역할을 한다. 논문은 역대 본초서를 단순 나열하지 않고, 각 본초서가 무엇을 주분류로 세우고 무엇을 보완으로 붙였는지를 통해 편제의 성격을 읽어낸다. 그래서 기원별·의학적 분류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대립’이 아니라, 한 책 안에서도 어떤 축이 중심이 되고 어떤 축이 보조로 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분석 장치가 된다.
이 관계망이 열어주는 관점은 분류를 ‘외울 목록’이 아니라 ‘지식 운용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다. 학생은 분류표를 암기하는 자리에서, “이 분류는 무엇을 우선하게 만드는가, 무엇을 빠르게 찾게 하는가”를 묻는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그 순간 분류는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관계쌍은 기원별 분류체계가 왜 ‘대상 중심’의 분류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원·재료·감별이 함께 호출될 때, 분류의 목적은 약물을 ‘어떻게 쓰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구별해 안정적으로 축적하는가’에 놓이게 된다. 즉 동일한 약물이라도 먼저 “어떤 부류의 재료로 들어오는가”가 정리되어야 이후의 지식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흐름이 드러난다.
이 관계망은 학생에게 “기원별 분류는 단순한 자연분류가 아니라, 지식의 저장·검색·감별을 위해 선택된 조직 방식”이라는 감각을 준다. 그래서 기원별 분류를 볼 때도 ‘분류표’가 아니라 ‘편찬자가 우선시한 운용 목적’을 읽게 만든다.
이 관계쌍은 논문에서 기원별 분류체계의 “계보”를 보여주는 핵심 묶음이다. 논문은 이들 본초서를 통해 기원별 분류가 어떻게 주분류로 자리 잡고, 국가 편찬·증보·인용의 두터움·대규모 재배열 같은 방식으로 확장되어 왔는지를 단계적으로 검토한다. 즉 ‘기원별 분류’는 한 번 만들어져 고정된 것이 아니라, 편찬 목적과 자료의 축적 방식에 따라 계속 조정되며 커져 간다는 흐름이 드러난다.
이 관계망을 따라가면 학생은 “기원별 분류는 오래된 전통”이라는 사실보다, “전통이라는 말 자체가 여러 차례의 재조직 결과”라는 점을 더 선명하게 배우게 된다.
이 관계쌍은 논문이 의학적 분류체계를 실제로 확인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성미·귀경·효능·주치가 함께 묶일 때, 약물은 ‘재료의 부류’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의 흐름’ 속에서 재배열된다. 즉 분류가 대상의 정렬에서 치료 판단의 문법으로 기울어지는 국면이 형성된다.
이 관계망을 통해 “한 약물은 하나의 분류에만 속한다”는 감각이 약해진다. 같은 약물이 기원별로도 배열될 수 있고, 성미·귀경·주치의 결합을 중심으로도 다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분류를 외우는 대신 “왜 이 축이 분류의 중심이 되었는가”를 묻게 된다.
이 관계쌍은 의학적 분류의 성립을 ‘한 번의 발명’이 아니라, 임상적 관점이 분류에 침투·강화되는 흐름으로 보게 한다. 인물 표지(張元素)는 의학적 분류가 장부·경락·귀경 같은 축과 결합되어 정교해지는 방향을 가리키는 데 쓰이고, 후대 실용형 본초서는 그러한 관점이 독서·운용의 표준 속으로 스며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관계망은 “의학적 분류체계가 주분류로 서는 순간”만이 아니라, 기원별 틀을 유지하는 책에서도 의학적 재조직의 필요가 누적되는 과정을 함께 보게 만든다. 학생은 분류를 ‘하나의 완성형’으로 보지 않고, 목적에 따라 스며들고 결합하는 방식으로 보게 된다.
이 관계쌍은 복합분류체계가 한 단계 더 ‘운용 매뉴얼화’되는 방향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분류가 단순 배열을 넘어, 약물을 어떤 작용·치법의 틀 안에서 빠르게 호출하고 연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과 맞물려 조직되는 국면이 드러난다. 즉 분류가 곧 ‘지식을 쓰는 방법’으로 기능하는 장면이 강조된다.
이 관계망이 주는 학습 효과는 분명하다. 학생은 “현재의 분류가 가장 우수한 단 하나의 정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목적을 통과시키며 한 약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감각을 얻게 된다.
더 살펴볼 문제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는 각각 어떤 학습 목표에 더 잘 맞는가, 그리고 한 학기 본초학 수업의 초반과 후반에서 무엇을 주축 분류로 삼는 것이 더 교육적으로 설득력 있는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예컨대 ‘대상을 안정적으로 구별하고 축적하는 목표’와 ‘임상적 판단의 흐름 속에서 약물을 호출하는 목표’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에 따라,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순서로 조직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또한 의학적 분류체계 내부에서도 성미·귀경·효능·주치 중 무엇을 우선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약물 이해의 경로가 달라진다. 어떤 배열은 직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대신 논리 구조가 늦게 드러나고, 어떤 배열은 구조는 선명하지만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사고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분류가 만들어내는 판단의 틀을 드러내려면, 어떤 우선순위와 어떤 설명 순서가 가장 적절한지라는 물음이 남는다.
현대의 본초 데이터베이스나 교재가 실제로 채택하는 분류는 두 체계 중 어느 쪽을 주로 삼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가려 버리는 다른 이해의 층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이어질 수 있다. 편의성과 검색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특정 축을 강화했을 때, 반대로 약물 이해의 다른 경로(예: 기원 정보가 주는 감별·유통·물성의 감각, 혹은 치료 문맥이 주는 호출 논리)가 약해지지는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약물이 기원 정보와 의학적 정보 모두에서 중요할 때 ‘주분류’와 ‘보완분류’를 어떻게 배치해야 혼란이 줄고, 동시에 한의학적 설명의 구조가 더 잘 보이게 되는가라는 방법론적 질문이 남는다. 즉 한 체계를 단순히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두 체계를 어떤 비율과 순서로 결합할 때 지식의 지도와 사용의 길이 함께 선명해지는지까지를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