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정보
역대 本草書의 본초분류체계에 대한 연구 [논문열람(PDF)↗]
- 저자
- 백명훈(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한의무석사과정 대학원생), 신상원(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인문사회의학교실 조교수)
- 학술지
-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 권호
- 36권 3호
- 발행 연도
- 2023
-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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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이 글은 본초를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라는 두 축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지금 배우는 분류가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시대와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 온 설명 방식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논문의 문제의식
본초학을 공부할 때 분류는 흔히 외우기 쉽게 정리한 틀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분류는 단순 정리 기술이 아니라, 약물 지식을 어떤 관점에서 중심화할지 결정하는 사고의 장치이다. 같은 약물이라도 무엇을 기준으로 묶고 나누는가에 따라, 그 약물이 “왜 중요한가”가 달리 보이고 설명의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역대 본초서들을 통시적으로 놓고 보면, 본초를 조직하는 방식이 크게 두 방향으로 반복해서 나타난다. 하나는 출처·재료·자연물 범주처럼 무엇에서 왔는가를 중심에 두는 기원별 분류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성미·귀경·효능·주치처럼 의료적으로 어떻게 쓰이는가를 중심에 두는 의학적 분류체계이다. 학생이 현재 접하는 분류는 대개 이 둘이 섞인 모습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는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완성 기준처럼 느껴지기 쉽다.
저자는 그 “당연함”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연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이게 하려 한다. 분류는 시대마다, 본초 지식을 사용해야 하는 목적마다, 지식의 중심축을 달리 세우면서 재조직되어 왔고, 그 과정을 따라가면 분류는 암기 대상이라기보다 지식 운용의 선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문제의식이 들어오면 학생은 “어떤 분류가 맞는가”보다 “이 분류는 무엇을 빠르게 찾게 하고 무엇을 뒤로 미루게 하는가”를 묻게 된다.
논의의 전개
- 논문은 먼저 본초 분류를 ‘편집 기술’로 취급하지 않고, 본초 지식을 운용하는 방식의 역사로 읽어 나간다. 그래서 각 본초서가 어떤 항목(대분류·하위 분류)으로 배열을 세웠는지, 또 주분류를 유지하면서 어떤 보완 장치를 덧붙였는지를 함께 추출하는 방식으로 분석의 출발점을 마련한다.
- 그다음 관찰된 양상을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라는 두 축으로 정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둘을 대립시켜 “어느 쪽이 더 옳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지식을 조직하는가”에 따라 중심축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이려는 데 있다.
- 전개는 초기의 삼품(三品) 분류를 먼저 짚으면서 시작된다. 삼품은 상·중·하라는 강한 틀처럼 보이지만, 이 논문에서는 약물을 세밀하게 쪼개 담기보다는 가치와 쓰임의 등급으로 기억하고 전승하려는 초기 장치로 이해된다. 이 대목은 분류가 언제나 ‘편하게 쓰기 위한 선택’이라는 문제의식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디딤돌로 기능한다.
- 이어 본론의 큰 덩어리는 기원별 분류체계의 확장과 정교화를 따라가는 부분이다. 저자는 “기원별 분류가 많았다”는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본초 수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항목이 어떻게 추가·분할되었는지(초·목의 분리, 과·채·미곡의 세분, 충어·인부 등 범주의 증식)를 통해, 이 체계가 대규모 증보를 견디는 안정적 틀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배열의 질서 자체가 세계관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음을 함께 짚어, 기원별 분류가 겉보기처럼 완전히 중립적인 자연분류만은 아니라는 감각도 남긴다.
- 그 다음 시야를 의학적 분류체계로 옮기는데, 여기서 논문은 “어느 날 갑자기 새 분류가 등장했다”가 아니라, 기원별 분류가 주된 틀로 유지되는 단계에서도 임상적 필요가 보완 분류 방식으로 꾸준히 표면화되어 왔음을 먼저 보여준다. 제병통용약, 백병주치약 같은 목록이 보조 장치로 성장하고, 어떤 책에서는 그것이 중심 분류 원리로 전환될 준비를 갖추는 흐름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장원소(張元素)를 변곡점으로 잡아, 병증 이해의 심화와 약성 지식·용약 경험의 결합이 분류 원리를 바꾸어 놓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때 의학적 분류는 성미·귀경·효능·주치 같은 항목의 나열이 아니라, 치료 판단의 흐름에 맞게 약물을 재배치하려는 문법으로 제시되며, 결과적으로 ‘방대한 목록의 축적’과는 다른 방향—상용 약물 중심, 운용 매뉴얼화—의 지식 운영이 등장했음을 강조한다.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견
- 이 논문이 주는 핵심 지견은, 본초 분류체계가 지식의 정답이 아니라 지식을 운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선택되는 설명 방식이라는 관점 전환이다. 그래서 분류를 외우는 자리에서, 분류가 어떤 학습·검색·임상 판단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따져 묻는 자리로 시선이 이동한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본초 수가 크게 늘어나는 역사적 조건에서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어디에서 왔는가, 어떤 재료인가라는 기준은 비교적 합의가 쉽고, 항목을 추가·세분화해도 전체 틀을 유지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지식의 축적과 검색에 유리한 조직 방식이 된다.
- 그러나 그 안정성만으로는 임상적 요구를 곧장 만족시키기 어렵다. 목록이 비대해질수록 지금 상황에 맞는 약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라는 요구가 커지는데, 이 간극이 의학적 분류체계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 의학적 분류체계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여, 약물을 재료의 부류가 아니라 치료 판단의 문법 속에서 재배치한다. 다만 의학적 기준은 관점과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보편성과 호환성이 약해질 수 있고, 기준이 병렬·복합될수록 정합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게 한다.
- 결국 학생이 얻는 결론은 “어느 분류가 더 옳다”가 아니라, 같은 본초도 서로 다른 목적을 통과시키며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감각이다. 이 감각이 생기면 분류는 암기표가 아니라 사고의 틀이 된다.
연구의 의의
- 이 연구의 의의는 본초 분류를 완성된 정리표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데 있다. 분류는 약물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기술이 아니라, 지식을 어떤 목적에 맞춰 운용하기 위한 조직 원리이며, 그 원리는 시대마다 반복해서 다시 짜여 왔다.
- 또한 한 약물은 하나의 분류에만 속한다는 전제가 역사 속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동일한 본초가 어느 책에서는 초·목·금석 같은 기원 축으로 묶이고, 다른 책에서는 치료의 문(門) 아래로 놓일 수 있었던 것은 약물의 본질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지식의 우선순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 이 관점은 오늘의 교육에도 직접 연결된다. 지금의 분류 역시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역사적 선택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면, 학습은 암기에서 분류의 장단과 한계를 읽어내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연구의 주목할 만한 특징
한의학 측면
- 이 논문은 분류를 약물 지식의 부록이 아니라, 한의학적 판단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구조로 다룬다. 기원별 분류체계는 지식의 축적과 감별·검색을 돕는 언어로, 의학적 분류체계는 치료 판단과 운용을 돕는 언어로 위치가 달라진다.
- 특히 의학적 분류가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어떤 관점에서는 사고를 특정 틀로 고정할 위험도 있음을 함께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분류는 단순히 “유용한 표”가 아니라, 사고를 열어 주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 따라서 본초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느 분류에 넣어 암기하느냐보다, 그 분류가 요청하는 질문이 무엇인지(기원·재료인가, 치료 판단인가)를 분명히 인식하는 훈련이 된다.
원전학 연구 측면
- 이 연구는 본초서 텍스트를 “약물 지식의 저장고”로만 읽지 않고, 지식을 어떻게 조직했는가라는 편제(編制) 자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주분류와 보완분류를 구분해 읽는 방식은, 같은 책이라도 목적이 어디에 놓였는지(확장·집성인가, 운용·매뉴얼인가)를 문헌 구조에서 포착하게 만든다.
- 또한 같은 분류명이라도 문헌마다 범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용어의 동일성을 곧바로 개념의 동일성으로 환원하지 않도록 경계하게 한다. 이것은 원전학 연구에서 매우 기본적이지만, 실제 학습에서는 종종 놓치기 쉬운 태도이기도 하다.
- 그 결과 학생은 “정의집을 외운다”가 아니라 “설명의 기록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는가”를 읽는 쪽으로 사고가 이동한다.
한계 또는 쟁점
- 이 연구는 분류체계를 폭넓게 모아 유형화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분류 변화의 배경(임상 수요, 유통·채집 환경, 제도화 같은 조건)을 각각의 편찬 맥락과 더 촘촘히 접속시키는 작업은 다음 단계로 남는다.
- 또한 의학적 분류체계가 강화될수록 관점의 차이로 인해 보편성과 호환성이 약해질 수 있고, 기준이 복합될수록 체계 정합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남는다. 다만 이런 쟁점은 결론을 약화시키기보다, “분류는 목적의 선택”이라는 주장을 더 구체적인 연구 과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무엇을 더 밝혀야 이 선택의 조건을 설명할 수 있는지 다음 질문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관련 용어 정리
本草分類
설명본초 지식을 어떤 기준으로 묶고 배열해, 찾고 쓰기 쉬운 구조로 만드는 지식 조직 방식이다. 이 논문에서는 분류가 ‘정답’이 아니라 목적과 시대에 따라 선택되어 온 방식임을 드러내기 위해 호출된다.
기원별 분류체계
설명약물을 식물·동물·광물 등 자연적 기원과 그 하위 범주로 나누어 배열하는 체계이다. 본초 수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지식의 축적과 감별·검색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주분류 축으로 설명된다.
의학적 분류체계
설명약물을 성미·귀경·효능·주치 등 임상 운용 논리로 재배치하는 체계이다.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인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쓰이는가’를 전면에 세우려 할 때 설명상 필요해지는 분류 축이다.
주분류방식
설명책 전체 목차의 골격을 세우는 1차 분류 원리이다. 이 논문은 주분류가 기원 중심인지 의학 중심인지에 따라, 문헌이 지식을 축적하는 책인지 운용을 돕는 책인지가 달리 드러난다고 본다.
보완분류방식
설명주분류를 유지하면서, 다른 기준의 분류를 부록·표·문(門) 등으로 덧붙이는 방식이다. 한 문헌이 복수의 목적을 동시에 충족하려 할 때 분류 기준이 층위적으로 결합되는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
복합분류체계
설명의학적 분류 기준이 둘 이상 결합되어 작동하는 분류 방식이다. 임상적으로는 ‘찾아 쓰기’가 쉬워지지만, 기준이 겹치며 체계의 정합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양면성을 함께 보여주는 개념이다.
의미관계망 분석
이 관계쌍은 논문 전체의 지도이다. 역대 본초서를 나열하기보다, 무엇을 주분류로 세우고 무엇을 보완으로 붙였는지로 책의 성격을 읽어낸다. 그래서 기원별·의학적 분류는 대립이 아니라, 한 책 안에서 중심과 보조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분석 장치가 된다.
이 관계쌍은 기원별 분류가 왜 대상 중심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분류의 목표가 치료 판단보다 먼저 “무엇을 어떻게 구별해 안정적으로 축적할 것인가”에 놓이게 되는 흐름이 드러난다. 그래서 기원별 분류는 자연분류가 아니라 저장·검색·감별을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이 관계쌍은 기원별 분류의 계보를 보여준다. 국가 편찬, 증보, 인용의 두터움, 대규모 재배열 같은 과정 속에서 기원별 분류가 계속 조정되며 커져 왔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통은 고정된 원형이 아니라 재조직의 누적이라는 감각이 여기서 생긴다.
이 관계쌍은 의학적 분류가 확인되는 기준을 제시한다. 약물은 재료의 부류가 아니라 치료 판단의 흐름 속에서 재배열되고, 분류는 곧 임상적 문법이 된다. 같은 약물이 기원별로도, 성미·귀경·주치로도 다시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 분류의 감각이 약해진다.
이 관계쌍은 의학적 분류의 성립을 “한 번의 발명”이 아니라 관점의 누적과 강화로 보게 한다. 장원소는 의학적 분류 문법이 정교해지는 변곡점으로 호출되고, 후대 실용형 본초서들은 그 관점이 독서·운용의 표준 속으로 스며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의학적 분류는 어느 날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중심이 되기까지의 축적을 가진다.
이 관계쌍은 복합분류가 더 운용 매뉴얼화되는 방향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분류가 단순 배열을 넘어, 약물을 어떤 작용·치법의 틀 안에서 빠르게 호출하고 연결할 것인가라는 요구와 맞물려 조직되는 국면이 강조된다. 그래서 학생은 현재의 분류를 단일 정답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결합된 결과로 보게 된다.
더 살펴볼 문제
- 기원별 분류체계와 의학적 분류체계는 각각 어떤 학습 목표에 더 잘 맞는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수업 초반에는 감별·기원 중심이, 후반에는 운용·치료 판단 중심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데, 이때 “주분류와 보완분류의 배치”를 교육 설계로 옮길 수 있는지 질문이 생긴다.
- 한 약물을 하나의 분류에만 고정해 두는 방식이 학습에는 편리하지만, 임상적 사고에는 어떤 빈틈을 만들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분류가 제공하는 ‘빠른 길’이 동시에 ‘보지 못하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복합분류체계는 임상적 유용성을 높이지만, 기준이 섞일수록 일관성과 호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함께 낳는다. 그렇다면 복합분류의 장점을 살리되 정합성을 유지하는 방법(주분류/보완분류의 층위 설계, 기준의 명시화 등)은 어떤 형태로 가능할지 후속 연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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